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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즐거움/일본 드라마

미성년 未成年 (1995)

未成年.
1995년 작.
방영사 : TBS
극본 : 노지마 신지
출연 : 이시다잇세이,사쿠라이사치코,카토리싱고,소리마치타카시,카아이가몬


처음에는 그냥 카토리 싱고가 지체장애자로 나온다길래 어떤 연기를 할까 궁금해서 1회나 볼까 하고 본 작품.
나에게는 충격이 매우 컸다.
'청소년 드라마' 이지만 전혀! 청소년 드라마 같지가 않고 수위로 보자면 19세 이상 드라마이다.
우리나라에서 이걸 청소년 드라마라고 내보냈다가는 방송사 경고까지 먹을 정도로..;;

처음에는 도대체 이 드라마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단순한, 한때 휘청거리고 아슬아슬한 고등학교 남학생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4,5회가 지나가면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들을 이해할수 있었다.

-_- 아.... 또 말문 막히네. 정말로 글짓기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까. 다른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은 말도 잘하던데 아훙...
하여튼, 형의 그림자에 가려 항상 위축되어있는 히로, 초등학생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데쿠, 중학교 중퇴후 야쿠자에 소속되어있던 고로, 동경대를 현역으로 들어갈정도로 수재인 츠토무, 평범한 야구부소속 준페이가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보고 있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과 갈등을 잘 표현한것 같다. 외줄위를 휘청거리면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기분이랄까.

특히 8부를 지나가면서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들 내면의 갈등이 폭발하게 되는데 그들의 우정, 사랑, 세상에 대한 반항같은것이 잘 표현되었다. 나는 비록 매우 모범생같은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절대 그들의 행동에 공감을 할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그들을 보면서 그들과 동질감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응원을 보낸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에 히로가 던진 대사는 나에게 던지는 질책같았다.

나는 쭉 생각하고 있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들은 왜 태어나 왜 죽는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도 답이 나오지 않아

그렇지만 우리들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생각해

꽃과 나무와 벌레들은
그런 일을 생각하거나 하지 않아
꽃은 다만 그곳에 피어 있을 뿐이야
다만 무심하게 힘껏 피어나
언젠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들어 가

나는 그런 꽃을 아주 좋아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스럽게 생각해서
소중하게 물을 줘

우리들도 영원하지 않아
결국은 누구나 다 죽어버려
다만 꽃과 다른 점은 생각하는 것이야



'좀 더 많은 영양을 흡수하고 싶다'
'좀 더 태양의 빛을 받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혼자서 독점하고 싶다'
폭풍우가 와
타인이 떠내려가버려도
동정은 하지만 돕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아
우리들은 동정을 좋아해
우리들은 타인의 불행을 좋아해
우리들은..
언제나 언제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있어
언제나 언제나 작은 불만이 있어
고독으로...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고 있어!
...이제 그런 삶의 방식은 그만두자
처음부터 다시 하자
단지 자신의 발밑과 하늘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좋아
다만 그곳에 피어 있는 꽃 처럼...


이 말을 들은 PD는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의 안식을 얻는 것들. 타인과의 비교, 세상의 방식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라고 조소를 던진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러한 세상 속에서 저항하는 사람은 있다. 그것을 보면서 아무생각도 못하는 나 자신이 아니라 그것에 조금이라고 꿈틀거리는 자신을 발견하라는 것이 아닐까.


나또한 미성년일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나이에서 별로 벗어나진 않았지만 역시 고등학교때와 대학교때는 많은 차이가 있다.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는 더 많은 차이를 느끼겠지만 고등학교때는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회의 이런 저런 무서움, 부조리등에 눈을 감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부모님들, 선생님들도 그런 어두움을 막아주는 방패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사회의 부조리에 익숙해져서 수긍해버리는 내가 있지 않았는가.

솔직히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깨닫지 못한듯 하다. 아니면 지나쳐 버렸던가. 그래도 지금은 내 마음대로 해석할래. 언젠가 '노지마 신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발견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노지마 신지' 천재 작가로 불리우지만 들은 얘기로는 너무 '어두운'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그동안 이 작가가 쓴 드라마는 보지 않았았다. 그러나 '미성년' 은 그렇게 암울하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정말 잘 만든 드라마 같다. 나도모르게 집중해서 드라마를 봐 버렸다.

다만 내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은 별로 생각 안하고 봤다는것. '제발 생각을 하면서 봐라'. 아흑. 감상 또 이상하게 되어버렸네.